폭스바겐의 유해가스 배출 사기 사건을 계기로 친환경 미래 자동차 개발의 방향이 전기차로 모아지고 있다. 전기차의 경쟁자였던 '클린 디젤'에 대한 신뢰도가 땅바닥에 떨어졌기 때문이다. 클린 디젤의 최강자라던 폭스바겐마저 디젤차의 유해가스 배출량을 실제보다 축소 조작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를 계기로 유럽연합이 디젤차에 대한 지원을 없애고 미국처럼 전기차 개발로 방향을 틀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53%에 달하는 디젤차의 유럽시장 점유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으며 그 틈을 전기차가 비집고 들어갈 것이 확실시된다.
지금 상황은 현대차에 큰 도전이다. 현대차의 전기차 경쟁력은 테슬라 등 혁신적인 전기차업체는 물론이고, 도요타·혼다·GM 등 기존 자동차회사에도 뒤진다는 게 시장의 냉정한 평가다. 도요타는 순수 전기차의 바로 앞 단계인 하이브리드차 시장 점유율이 70%를 웃돈다. 테슬라는 2012년 출시한 고급 전기차 '모델S'의 성공을 바탕으로 2017년 초에는 3만5000달러 가격에 보급형 전기차를 내놓을 계획이다. 파괴적 혁신의 상징이라는 애플도 2019년 전기차를 출시할 예정이다.
전기차는 가솔린차 시장을 파괴할 잠재력을 갖고 있다. 스마트폰이 피처폰 시장을 무너뜨렸듯이, 전기차가 가솔린차 시장을 대체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테슬라의 시가총액이 323억달러로 현대차(313억달러)를 앞서는 것도 시장 투자자들이 그 가능성을 믿고 있다는 증거다. 테슬라가 계획대로 정부의 가격보조 없이 3만달러대의 전기차를 내놓을 경우 자동차시장은 지각변동도 가능하다. 이미 노르웨이가 그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다. 도로통행료와 주차료 면제, 공공주차장 무료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한 결과, 올해 1분기 전기차 시장 점유율이 33.1%에 이르렀다.
현대차도 전기차의 시장 파괴적 힘에 주목해야 한다. 전기차에 대한 연구개발 투자를 크게 늘려야 한다. 지난해 기아차가 쏘울의 전기차 모델을 내놓았고, 내년 초에는 현대차가 준중형급 전기차를 내놓을 예정이라고 하지만,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친다. 노키아의 몰락에서 보았듯이 파괴적 혁신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초대형 글로벌 기업이라도 내리막길을 걸을 수 있다.
https://www.mk.co.kr/opinion/editorial/view/2015/10/94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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