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충전에 300㎞ 훌쩍… 전기차 대중화 시대 이끈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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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 볼트, 아이오닉보다 주행거리 두 배 기대감
고급 테슬라 모델 S90D, 비싼 만큼 화려한 성능
르노 초소형 트위지, 1ㆍ2인승 틈새시장 공략
예산 확대ㆍ충전기 확충 등 정부 보급책도 한층 강화
새해 들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주행거리 300㎞가 넘는 ‘2세대 전기차’등을 쏟아내면서 2017년은 ‘전기차 르네상스(새롭게 일으킨다는 부흥의 의미)’의 원년이 될 전망이다. 전기차 보조금ㆍ충전소 확대 등 보급 정책 등이 활발히 진행되면서 전기차 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15일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2,907대)의 2배인 5,914대로 집계됐다. 지난해 6월 출시된 현대차 아이오닉 일렉트릭이 3,749대 팔려 증가세에 기여했으나, 연초 환경부의 목표였던 8,000대의 70% 수준에 그쳤다. 특히, 지난해는 2011년 전기차 보급 이래 누적 판매량 1만대를 넘어서는 성과를 거뒀지만, 렌터카 업체, 관공서, 법인 등을 제외한 개인 소비자 판매 비중이 40%에 불과해 전기차는 일상 속에서 아직 먼 얘기로만 느껴진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시중의 전기차들은 1회 충전 시 200㎞ 이하의 짧은 주행거리로 충전에 대한 불안감을 떨치기에 부족한 것이 결정적 이유”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우선 기존 모델들과 달리 1회 충전으로 300㎞를 넘게 가는 이른 바 2세대 전기차들이 출격을 기다리고 있다. 선두주자는 한국지엠(GM)의 전기차 볼트(Bolt). 3월 제주도 국제전기차엑스포에서 모습을 드러낼 볼트는 상반기 내 출시될 계획이다. 지난달 환경부로부터 1회 충전거리 383.17㎞를 인증 받은 볼트는 우선 아이오닉(191㎞)의 2배가 넘는 주행거리로 충전의 불안감을 절반으로 줄여준다. 준중형 보급형 모델로 미국에서 3만7,495달러(4,486만원)에 팔린 점을 감안하면 평균 1,900만원(환경부 1,400만원 포함)가량의 국내 전기차 보조금이 적용되면 2,000만원 중반의 가격대로 전기차 대중화를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고급 모델에선 테슬라의 ‘모델 S90D’가 출격을 기다리고 있다. 1억원 안팎으로 예상되는 비싼 가격에도 제로백(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걸리는 시간)이 5.2초에 불과할 만큼 화려한 주행성능과 90kWh의 배터리 용량으로 1회 충전시 512㎞(미국 기준)를 달리는 등 탄탄한 성능으로 마니아 층을 집중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역시 상반기 내 출시가 예상되는 르노의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도 틈새 시장을 파고들 전망이다. 1~2인승의 깜찍한 디자인에 최고속도가 시속 80㎞에 3시간 반 충전으로 이동거리 100㎞를 달릴 수 있다. 유럽에서 1만8,000여대 판매를 기록할 만큼 인기로 국내에서도 배달 업계나 시설 관리 차량 등 도심 내 근거리 이동수단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관리법상 저속 전기자동차에 속하는 트위지는 500만원대 보조금을 받으면 국내에선 500만~600만원에 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1회 충전 시 주행거리 300㎞(유럽 기준)를 달릴 수 있는 BMW의 2017년형 i3도 연내 출시가 유력하다.
강화된 전기차 관련 정책도 전기차 보급에 탄력을 더할 것으로 기대된다. 환경부는 지난해 1,485억원이었던 전기차 총예산을 2,643억원으로 늘렸다. 대당 보조금은 1,400만원으로 총 1만4,000대를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급속 충전기도 현재 750기에서 정부와 한국전력 등 민간을 포함 올해 총 2,000여기가 추가 설치된다. 미국ㆍ일본 등 전기차 선진국과 비교해선 아직 부족한 수준이지만 충전에 대한 불안감을 어느 정도 덜어낼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지난 12일부터는 급속충전기 사용요금이 지난해 kWh당 313.1원에서 173.8원으로 45% 줄었다. 이렇게 되면 100㎞당 전기차의 연료비(2,795원)가 휘발유차(1만1,448원)의 4분의1 수준(24%)으로 낮아진다. 친환경 소비문화를 장려하기 위해 만들어진 금융사의 ‘그린카드’를 사용하면 kWh당 86.9원에 불과하다.
신차 출시와 정책적 지원 사격으로 구매 욕구를 한껏 높일 수 있는 조건이지만, 폭발적인 성장을 이룰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만만찮다. 김대환 국제전기차엑스포 조직위원장은 “주행성능, 유지 및 구매 비용 등 모든 면에서 지난해보다 개선돼 올해는 분명 전기차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다만, 중고차 가격 등 불확실한 요소가 많고 버스 전용차선 이용 혜택 등 운행 상 경차 수준의 강력한 인센티브가 더해져야 많은 소비자들이 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